[서가명강] 라틴아메리카 대표 시인들의 목소리 4주차 - 니카노르 파라, <시와 반시>

강연

[서가명강] 라틴아메리카 대표 시인들의 목소리 4주차 - 니카노르 파라, <시와 반시>

해피 얼리버드 앙리 2018. 10. 2. 23:21

"나쁜 놈은 결토 죽지 않는다" - 니카로느 파라

반시(反詩) 창시자로 알려진  니카노르 파라(Nicanor Parra)가 2018년1월 23일 103세로 별세했다.  
우리나라 나이로는 105세이니 지난 주 만나 본 세사르 바예호보다 두 배 이상의 삶을 살았던 시인이다.  




옥스포드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물리학자에서 즉, 과학자가 인문학자인 시인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2018년 9월의 서가명강은 ‘라틴아메리카의 대표 시인’을 주재로 진행된다.  

이 주제의 마지막 4주차는 칠레의 시인 니카노르 파라(1914~2018)이다.  
참고로 <서가명강>은 21세기북스에서 주관하는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이다.    


시와 반시(Poemas y antipoemas)?

그는 반시를 통하여 문학은 엄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1954년 <시와 반시(Poemas y antipoemas)>를 발표하여 모더니즘과 초현실주의 시학을 거부하는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시어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
<주님의 기도> 

온갖 문제를 짊어지신 채 
세속의 보통사람처럼 
오만상을 찌푸리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더는 저희를 생각하지 마소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괴로워하시는 걸 이해합니다. 
당신께서 세우시는 것을 부수면서 
악마가 당신을 괴롭힌다는 것도 압니다. 

악마는 당신을 비웃지만 
저희는 당신과 함께 눈물 흘리오니 
낄낄대는 악마의 웃음소리를 괘념치 마소서. 

불충한 천사들에 둘러싸여 
어딘가에 계시기는 하는 우리 아버지 

진심으로, 더는 저희 때문에 고통 받지 마소서. 

당신은 아셔야 합니다. 
신들도 때로는 잘못을 저지르며 
저희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는 것을. 
-------------------------------------------------

파라의 시는 반어법과 패러디로도 유명하다. 주기도문을 패러디 한 <주님의 기도>에서도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난다. 

그리고, 우니라나의 해체시인 박남철의 시를 본다.

-------------------------------------------------
<주기도문, 빌어먹을>
              
지금, 하늘에 계신다 해도
도와 주시지 않는 우리 아버지의 이름을
아버지의 나라를 우리 섣불리 믿을 수 없사오며

아버지의 하늘에서 이룬 뜻은 아버지 하늘의 것이고
땅에서 못 이룬 뜻은 우리들 땅의 것임을,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를 일흔 번쯤 반복해서 읊어 보시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고통을 더욱 많이 내려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미움 주는 자들을 더욱 미워하듯이
우리의 더더욱 미워하는 죄를 더, 더더욱 미워하여 주시고

제발 이 모든 우리의 얼어 죽을 사랑을 함부로 평론지 마시고
다만 우리를 언제까지고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둬, 두시겠습니까?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은 이제 아버지의 것이
아니옵니다(를 일흔 번쯤 반복해서 읊어 보시오)

밤낮없이 주무시고만 계시는
아버지시여
 
아멘 

-------------------------------------------------

왠지 모르게 니카노르 파라의 시가 보다 더 품의가 있다고 느껴진다.

파라는 초지일관 'NO'를 외치며, 안티의식, 안티 로망을 시로 남겼다. 












마치면서... 

이번 라틴아메리카의 시인들의 삶과 시를 통하여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루벤 다리오, 파블로 네루다, 세사르 바예호, 그리고 니카노르 파라까지 이름을 알았고, 몇몇 시도 알았으며, 무엇보다 이 시인들의 시가 어떤 것이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으니 기본 좋은 2018년 가을이 되었다. 
친절하게 강의하신 서울대학교 김현균교수님의 설명과  낭낭한 낭독에 감사하며 이 가을 저녁 시간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