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게로 왔다" - 파블로 네루다
2018년 9월의 서가명강은 ‘라틴아메리카의 대표 시인’을 주재로 진행된다.
둘째 주에는 칠레의 민중 시인이자 사회주의 정치가로 외교관이였던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1904년 7월 12일 ~ 1973년 9월 23일)를 만나보았다.
2018년 9월 서가명강은 라틴아메리카 시인들의 삶과 시를 주제로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김현균교수님의 강연이 진행된다. 참고로 <서가명강>은 21세기북스에서 주관하는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이다.
파블로 네루다를 가리켜 ‘민중시인’ ‘혁명시인’으로 일컫는다.
그에게는 수 많은 찬사가 남아있다.
"지성보다 고통에 더 가깝고 잉크보다 피에 더 가까운 시인이다"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파블로 네루다는 모든 언어를 통틀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시인이다" - 가브레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아메리카 대륙의 시는 북쪽의 윌트 휘트먼과 남쪽의 파블로 네루다로 양분된다" - 라파엘 엘베르티
그의 삶을 들여다 보는 또 한가지의 방법은 영화를 보는 것이다.
네루다의 삶을 다른 두 편의 영화가 있다. 정치적 이유로 망명하게된 네루다의 삶을 다룬 '일 포스티노(1994년)'과 네루다를 경찰의 시각에서 다른 영화 '네루다(2016년)'가 있다.
리얼리스트, 초현실주의자 - 파블로 네루다
네루다는 1953년 스탈린평화상을 수상한 이후 1971년 노벨문학상 수상하게 되면서 민주, 공산주의 양 두 진영에서 동시에 찬양되고 비판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정통스탈린주의자이면서도 열린 가슴으로 사상의 자유를 누린 시를 남겼다.
"저는 지리적으로 다른 나라들과 동떨어진 어느 한 나라의
이름없는 변방에서 왔습니다. 그 동안 저는 시인들 가운데서
가장 소외된 시인이었으면 지역의 한계에 갇힌 저의 시 안에서는
늘 고통의 비가 내렸습니다" -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 중에서
그는 공산주의자라는 정치적 이슈가 있었지만,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네루다의 연인들 / 뮤즈들
나는 입 마추고 떠나가는
뱃사람들의 사랑이 좋다.
그들은 약속을 남기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항구마다 연인이 기다리고
뱃사람들은 입 마추고 떠나간다. - 작별 중에서
제1기 : 사춘기의 열정, 그리고 자연
쳣 뮤즈는 '알베르티나 아소카르(칠레)'이다. 시집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하나의 절망의 노래(1924)'에 주인공인 된 인물이다.
제2기 : 고독한 섬, 그리고 절망적 사랑
둘째 뮤즈는 '조시 블리스(미얀마)'이다. 극동을 체류하던 1927년부터 1932년에 함께한 여인으로 질투의 화산, 사랑의 테러리스트였다. 그녀을 생각하면 네루다는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긴다.
훗날 그대가 나를 죽일까봐 무서워 코코야자나무
옆에 묻어놓은 칼을 찿아내겠지,
그런데 지금 문득 그대 손의 무게와 그대의 반짝이는 발에
길들여진 그 부억칼 냄세가 맡고 싶다.
축축한 땅 아래, 귀먹은 뿌리들 틈에서,
가련한 사람은 인간의 언어 중에 오직 그대 이름만을 알리라. - 홀아비의 탱고 중에서
제3기 : 고독한 섬에서 광장으로
셋째 뮤스는 '델리아 데 카릴(Delia del Carril, 1884∼1989, 아르헨티나)'이다. 네루다와 결별하고서도 네루다를 잊지 못하며 105세까지 장수한 여인이다.
넷째 뮤즈는 세번째 부인이 된 '마틸데 우루티아(칠레)'이다. 네루다의 진정한 시적 영감의 원천을 제공한 여인이다.
제4기 : 고독한 섬과 광장의 화해
노년에 된 네루다는 이제 시에서 엄숙함과 권위를 몰아내고 소박한 사물의 세계에 천착하는 시적 혁명을 일어켰다.
이를테면 양말∙양파∙수박∙소금 따위를 장중하게 기리는 노래로 이어진다.
양파를 기르는 노래
양파
반작이는 둥근 유리병,
한 꺼풀 한 꺼풀
너의 아름다움이 쌓였다.
수정 비늘들이 너를 불렸고
컴컴한 땅의 비빌 속에서
이슬 같은 너의 배가 동그레졌다.
땅 아래서
기적이 었었고
너의 굼뜬 파란 싹이
돋아나고,
남새밭에 창 같은 너의 이파리
때어났을 때,
대지는 너의 투명한 알몸 드러내며
차곡차곡 힘을 쌓았다.
...<중략>...
부엌칼이
널 자를 때
하나뿐인 고통 없는
눈물이 솟는다.
넌 우리를 괴롭히지 않고도 우리를 울게 했다.
난 존재하는 모든 것을 찬양했다. 양파여.
마무리하면서...
파를로 네루다의 삶을 죽는 순간까지 ‘철들지 않는 소년’이라고 할 수 있다. 평생 대자연에, 육체적 사랑에, 고통 받는 이웃의 순수함에, 함께 이룩할 아름다운 사회에 대한 꿈을 시로 남겼다. 지난 강의에서도 느낀점이지만, 번역된 시가 주는 느낌은 원문에 주는 운율과 시적 매력이 상단 부분은 잘려 나간 것이라 많은 아쉬움이 있다.
스페인어를 모르기에 한글로 읽어야 한다는 점이 아쉽다. 그래도 라틴 아메리카의 시인 네루다를 만나서 반갑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시가 내게로 왔다 /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다. 시가 날 찾아왔다.
난 모른다. 어디서 왔는지
겨울에서였는지 강에서였는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아니, 목소리는 아니었다. 말(言)도, 침묵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거리에 선가 날 부르고 있었다.
밤의 가지들로부터, 느닷없이 타인들 틈에서,
격렬한 불길 속에서
혹은 내가 홀로 돌아올 때,
얼굴도 없이 거기에 지키고 섰다가 나를 건드리곤 했다.
난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나의 입은 이름 부를 줄 몰랐고 나는 눈멀었었다.
그런데 무언가 내 영혼속에서 꿈틀거렸다.
열병 혹은 잃어버린 날개들이
그 불에 탄 상처를 해독하며 난 고독해져 갔다.
그리고 막연하게 첫 행을 썼다.
형체도 없이, 어렴풋한, 순전한 헛소리,
쥐뿔도 모르는 자의 순량한 지혜
그때 나는 갑자기 보았다.
하늘이 걷히고 열리는 것을, 혹성들을, 고동치는 농장들을,
화살과 불과 꽃에 만신창이가 된 구멍뚫린 그림자를,
소용돌이치는 밤을, 우주를 보았다.
그리고 나, 티끌만한 존재는 신비를 닮은 신비의 형상을 한,
별이 가득 뿌려진 거대한 허공에 취해
내 자신이 심연의 순수한 일부임을 느꼈다.
나는 별들과 함께 떠돌았고, 내 가슴은 바람 속에서 멋대로 날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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