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서머셋 몸의 소설 <달과 6펜스 The Moon and Sixpence>(1919)은 10월 첫주 독서토론 주제였다.
나는 과연 “달과 6펜스”의 비유를 빌려 달이나 6펜스중 어느 쪽에 한 표를 던지는가?.
가정을 이루고 별 탈없어 보이던 중년 남자가 어느 날 가족과 편안한 삶을 버리고 집을 나간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속 열망 때문이란다.
런던을 떠나 흐름한 프랑스 파리의 뒷골목에서 홀로 그림을 그리다가 남태평양의 외딴 섬 타히티로 떠난다.
타히티의 원시 자연 속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다 나병에 걸려 최후를 맞게 된다. 죽은 뒤 위대한 그림이 인정받으며 역사에 남은 화가이다.
그가 폴 고갱이다.
고갱의 삶에서 모티브를 얻은 소설이란다. 작가는 <달과 6펜스>가 폴 고갱의 삶과는 다른 픽션임을 분명히 하였다.
자신의 삶을 예술(그림)에 대한 갈망으로 풀어 낸 소설이다.
“달과 6펜스”는 무슨 뜻일까?
제목에 나오는 '달'과 '육펜스'는 이 소설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서로 상반되는 상징적인 단어로 저자는 제목을 붙였다.
달과 6펜스는 동그란 모양이며 은색이다. 그래서 유사성을 갖는다. 하지만 그 의미는 상당히 다르다.
‘달’은 자신이 동경하는 예술 세계 혹은 이상의 세계이다.
‘6펜스’는 현실 세계로 실용의 가치를 추구하는 현재의 삶을 의미한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현재의 삶을 버리고 자신이 동경해 온 삶과 세계를 찾아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 떠난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6펜스란?
영국은 1971년 10진법의 화폐 단위를 도입하였다. 그 전까지는1파운드가 240펜스였다.
1파운드 은화를 40개로 나누어 사용하였는데, 나눠진 한 개의 은화가 6펜스이다.
영국은 서머셋 몸이 이 소설을 집필한 1910년대에는 12진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6펜스라는 제목을 붙였던 것이다.
책 속에서
사회라는 유기체의 일부로서 그 안에서 그것에 의지해서만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는 흐릿한 그림자처럼 보이게 마련인데 그들 역시 흐릿한 그림자처럼 보였다. 그들은 마치 몸 안의 세포들 같았다. (p37)
그때만 해도 나는 인간의 천성이 얼마나 모순투성이인지를 몰랐다.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가식이 있으며, 고결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있고, 불량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있는지를 몰랐다. (p56)
남의 칭찬을 바라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고, 남의 비난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너무 강하여 우리는 스스로 적을 문 안에 들여놓은 셈이다. 적은 자신의 주인인 사회의 이익을 위해 우리안에서 잠들지 않고 늘 감시하고 있다가, 우리에게 집단을 이탈하려는 욕망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냉큼 달려들어 분쇄해 버리고 만다. 양심은 사회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앞에 두라고 강요한다. 그것이야 말로 개인을 전체 집단에 묶어두는 단단한 사슬이 된다. 그리하여 인간은 스스로 제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받아들인 집단의 이익을 따르게 됨으로써, 주인에게 매인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를 높은 자리에 앉히고, 급기야는 오앙이 매로 어깨를 때릴때마다 아양을 떠는 신하처럼 자신의 민감한 양심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리고 양심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온갖 독설을 퍼붓는다. 왜냐하면 사회의 일원이 된 사람은 그런 사람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음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p77)
난 과거를 생각하지 않소. 중요한 것은 영원한 현재뿐이지. (p112)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서 홀로이다. 각자가 일종의 구리 탑에 갇혀 신호로써만 다른 이들과 교신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신호들이 공통된 의미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 뜻은 모호하고 불확실하기만 하다. 우리는 마음속에 품은 소중한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고 안타까이 애쓰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란히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마치 이국 땅에 사는 사람들처럼 그 나라 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온갖 아름답고 심오한 생각을 말하고 싶어도 기초 회화책의 진부한 문장으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사람들과 똑같다.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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